최근 일본MZ들이 흠뻑 빠진 ‘사우나’ 문화, 알고 계신가요?

요즘 제가 일본 시장을 살펴보다가 꽤 흥미롭게 발견한 트렌드가 있는데요. 바로 일본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떠오르고 있는 ‘사우나 문화’입니다. 사우나? 되게 의아해하실 수 있는데, 여러분이 생각하고 계신 그 사우나가 맞습니다. 그리고 일본사람들의 목욕문화가 워낙 강하니, 이 목욕까지 퉁쳐서 “사우나”라고 부르는 것 아니야? 할 수 있는데, 정말로 증기를 쬐서 하는 “사우나” 입니다.

처음엔 “사우나가 일본에서 이렇게 핫하다고?” 싶었는데, 조사하면 할수록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오늘은 일본의 사우나 열풍에 대해서 한번 제대로 짚어보려고 합니다.


일본에서 사우나가 갑자기 유행한 이유는 뭘까?

일본에서 사우나가 인기 있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에요. 사실 일본에는 1960년대, 그리고 1990년대에도 각각 사우나 붐이 있었어요. 다만, 그때는 중장년 남성 중심의 약간 ‘아저씨 문화’에 가까웠죠. 그런데 최근의 사우나 열풍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의아하게도 “사도(サ道)”라는 드라마였습니다. 우리가 다도(茶道) 처럼 무언가를 즐기는 심오한 방법을 말할 때 “도(道)” 라는 단어를 사용하죠. 여기서 사도는 사우나를 말하는 일본어인 “サウナ”의 맨 앞글자인 “사”를 따서 “도”라는 단어를 붙여서 만든 표현입니다.

이 사도라는 드라마는 타나카 카즈키라는 작가가 작성한 동명의 에세이를 바타으로 2016년에 만화화가 되었고, 또 이 내용을 2019년 인기 코미디언인 하라다 타이조님 주연으로 드라마화가 되면서 심야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히트를 기록했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소개되었던 사우나들은 입장 대기표를 발행해야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해요.

여기에 더해, 일본에서도 ‘웰니스’ 트렌드가 전면적으로 퍼졌는데, 그 중심에 사우나가 있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건강 관리와 스트레스 해소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고, 사우나가 이런 욕구를 완벽히 만족시켜주는 콘텐츠로 자리 잡은 거죠.

또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사우나 방문 콘텐츠를 자주 올리면서 젊은층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우나가 힙한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사우나라는 문화는 주로 남성들 위주로 선호받던 문화였는데, 과거에 비해서 여성 친화적 사우나가 늘어난 것은 물론, 인기 여배우인 히로세 스즈, 키타가와 케이코, 아마미 유키 등이 공공연히 “사우나 애호가”라는 것을 밝히면서, 여성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결국 과거엔 중년 남성 위주의 다소 낡은 느낌이던 사우나가, 이제는 건강과 힐링을 찾는 젊은 세대와 여성들 사이에서도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완전히 자리 잡은 거예요.


‘整う(토토노우)’문화, 사우나와 라이프스타일

요즘 일본 사우나 얘기를 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토토노우(整う)’라는 단어입니다. 원래는 ‘정돈되다’, ‘가지런해지다’ 같은 뜻인데요, 사우나에서는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재정비되는 황홀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마지막으로 편안하게 앉아 바깥바람을 쐬는 사이클을 반복하다 보면 찾아오는, 뭐랄까…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같은 느낌이랄까요? 요즘 일본 MZ들 사이에서는 “오늘 토토노우했다”고 하면 “완전 힐링했다”는 말과 똑같이 쓰일 정도랍니다. 이 표현도 2019년에 방영된 ‘사도(サ道)’라는 드라마에서 계속 나왔던 표현인데, 결과적으로 지금의 일본의 사우나문화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이 ‘토토노우’ 경험은 단순히 땀 빼고 개운한 걸 넘어서, 정신적인 힐링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에 더 가까워요. 뜨거운 사우나 안에 있으면 너무 뜨거워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잖아요? 그렇게 잠시 뇌 스위치를 ‘OFF’ 시키는 것만으로도 명상하는 것처럼 깊은 휴식을 얻게 되는 거죠. 한계까지 버티다 찬물에 들어간 뒤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쉬고 있으면, 온몸의 혈액이 시원하게 도는 듯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짜릿한 쾌감이 찾아오는데, 사우나 팬들이 말하는 “토토노우했다!”가 바로 이 순간이라고 합니다.

사우나를 마친 뒤의 루틴도 하나의 문화가 됐어요. 사우나에서 땀을 쫙 뺀 뒤에 시원한 우유나 음료수를 마시는 건 일본 목욕 문화의 오랜 전통인데, 젊은 세대도 ‘#사우나후우유’ 같은 해시태그를 달면서 즐기고 있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우나메시(サウナ飯, 메시 = 밥)’, 즉 사우나 후에 먹는 밥에 진심인 사람들도 많아요. 사우나 후기 앱에서는 “오늘의 사우나메시”라며 사진을 공유하고 맛집 정보를 나누는 게 아주 활발하거든요. 사우나가 단순한 목욕을 넘어 하나의 완벽한 라이프스타일 이벤트가 된 거예요.

정신적인 힐링이라는 점에서 보면, 사우나는 요가나 명상처럼 ‘마음챙김(mindfulness)’의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정보가 쏟아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지친 사람들이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릴’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공간이 바로 사우나인 셈이죠. 어떤 곳은 아예 ‘디지털 디톡스’를 내세우며 시계도 없이 조용한 음악만 틀어주기도 한답니다.

결국 ‘토토노우’라는 한마디에는 ‘몸의 피로를 풀고 마음까지 재정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 꼭 필요한 새로운 힐링 라이프스타일로 확실히 자리 잡은 거죠.


그래서 일본의 사우나 문화, 지금 어떤 수준인가?

실제 일본 사우나 관련 통계 자료들을 찾아보니 꽤 놀랍더라고요. 최근 일본의 사우나 인구(연 1회 이상 이용)는 약 1,600만 명 수준이고, 시장 규모로는 약 2,000억 엔(한화 약 2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일본 전체 인구가 약 1억 2천만 명이니까, 약 10명 중 1명 이상이 사우나를 경험한 셈이죠.

특히 20~30대의 젊은 세대가 주요 소비자층으로 떠올랐다는 점이 의미 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사우나 이용자의 대부분이 40대 이상의 남성들이었는데,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 중 20~30대의 비중이 절반 가까이 늘어났고, 여성 이용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대요.

특히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에 맞게, 최근 일본에는 개인실 사우나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요. 도쿄나 오사카 같은 도심에는 예약 없이는 들어가지 못하는 인기 사우나 시설이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코로나 시기에도 이 흐름이 꺾이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됐다는 점이에요. 일본의 유명 온천 호텔들이 객실에 개별 사우나를 설치하거나, 글램핑장에서 텐트 사우나 같은 아웃도어 사우나를 제공하는 사례도 많아졌고요.

일본 정부의 관광청 발표에 따르면, 일본 내 사우나 시설 방문 목적의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사우나가 하나의 여행 목적지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죠.


일본 사우나 붐이 만들어낸, 독특한 관련 산업들

사우나가 일본에서 이렇게 큰 인기를 끌자, 당연히 관련 산업도 활발히 성장하고 있어요. 지금 일본에서는 사우나를 더 풍성하게 즐기기 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등장했는데,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볼게요.

① 사우나 굿즈와 패션 아이템
대표적인 게 ‘사우나 햇’이에요. 사우나 내부의 뜨거운 공기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기능도 있지만, 예쁘고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패션 아이템으로도 인기죠. 그 외에도 사우나 후 외부 휴식을 위한 가운이나 전용 타월 같은 굿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② 사우나 전용 앱과 온라인 플랫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은 ‘사우나이키타이(サウナイキタイ)’예요. 사용자가 직접 사우나 후기를 남기고 시설 정보를 공유하는데, 20만 명 이상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대형 커뮤니티입니다. 이 앱을 통해 일본 전국의 사우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됐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플랫폼으로 떠올랐어요.

③ 홈 사우나 장비 시장의 등장
가정에서도 사우나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집에서 쓸 수 있는 미니 사우나 키트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요. 특히 간편하게 집 베란다나 욕실에 설치할 수 있는 텐트형 사우나가 인기인데, 약 1~2만 엔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분위기라고 하더라고요.

④ 사우나 전용 식음료
일본 사우나 문화의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サウナ飯(메시)’이에요. 사우나 후 반드시 마시는 우유나 음료는 기본이고, 시설 내 식당이나 인근 맛집의 음식을 SNS에 공유하며 즐기는 문화도 빠르게 퍼졌어요. 사우나 시설들도 전용 메뉴 개발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추세죠.


이렇게 하나의 트렌드가 생기고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저는 일본의 이런 사우나 문화를 보면서 D2C 비즈니스의 가능성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일본의 사우나 문화, 같이 한번 잘 연구해보시는 것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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