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태환입니다. 과거 스포츠의류, 육류사업 등 여러 아이템을 넘나들며 브랜드 이커머스를 수년 간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고, 실제로 한국에서도 여전히 교육컨텐츠쪽 이커머스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 지금도 운영하고 있어요. 이제 제 비즈니스의 다음 스탭으로, 저는 “일본에서 온라인D2C 브랜드를 열자!” 라고 마음을 먹고 일본에서 새롭게 법인을 오픈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오늘은 제가 어떻게 이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한번 그 이유를 하나씩 풀어보고자 합니다.
한국 시장, 난이도 대비 리턴은 어떨까?
한국은 이미 D2C 이커머스 브랜드 시장이 매우 성숙해있다고 생각합니다. 쿠팡 등의 물류 인프라도 너무 좋고, 네이버는 누구나 본인의 쇼핑몰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만들어 놓았고, 카페24나 아임웹 등으로 자사몰을 만드는 것도 정말 쉽게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이죠. 게다가 소위 퍼포먼스 매체라고 불리는 메타(인스타, 페이스북), 구글, 틱톡, 네이버 GDN등을 통해 광고를 집행하면 계속해서 구매가 일어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쉬워진 만큼’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고, 이에 따라 브랜드가 브랜드로서 성공하기에 난이도가 절대 쉽지 않죠.
문제는 이런 이커머스 인프라에 더불어, 한국 소비재 시장은 트렌드에 매우 기민하게 반응하고, 또 그 변화의 양상이 ‘메가트렌드’ + ‘빠른 왕좌 교체’ 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게 브랜드를 즐기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미있는게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하니까 매우 즐거울 수 있지만, 반대로 한 번 잊혀진 브랜드들, 혹은 한 번 즐김을 충분히 당한 브랜드들(?) 조차도 금방 사라져버리고 만다는 것이 참 슬픈 현실이죠…🥲
이미 국내 소비재 유통의 온라인 침투율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 이커머스 시장도 성숙해 있고, 현재 매크로한 한국 경기도 계속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 트렌드까지 휙휙 바뀌어버린다고 하니,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D2C 브랜드를 하기엔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어요.
그렇다고 해서 왜 일본일까?
쉽게 말하면, (1)시장이 좋고, (2)제가 일본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긴 합니다. 😅 조금만 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 일본 이커머스의 온라인 침투율이 낮음
먼저, 일본의 전체 소비재 유통시장 중에서 온라인 침투율이 매우 낮고, 그러나 점점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상품 판매 분야 온라인 침투율은 10% 안팎으로, 40%수준인 한국에 비해서 1/4 수준에 그쳐요. 그런데 2027년까지 연평균 10.2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온라인 침투율이 한국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현재 시장 규모보다 4배 가량 커진 1,000조 원까지 성장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2.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대형 트렌드에 집중되는 양상이 한국만큼 크지 않음
일본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소비패턴의 변화가 좀더 안정적이고 세분화된 느낌이라고 보고 있어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 처럼, 우리나라는 뭔가 큰 메가 트렌드 브랜드가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이 왕의 자리가 계속해서 교체되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반면, 물론 일본에서도 당연 메가 트렌드가 있지만, 그 메가 트렌드 자체가 많이 장르나 세그먼트별로 많이 분류되어 있고, 또 각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오래오래 살아남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데, 어찌됐든 상대적으로 개별 브랜드의 ‘팬’ 으로 만들면 그 팬의 관계가 더 오래 유지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는데 분명 하나의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애써 힘들게 만들고 끌어올린 브랜드, 유행을 타는 것만해도 대단한 일이지만, 빛 한번 보고 그대로 저 뒷골목으로 사라지는건 더 마음이 아플테니까요.
3. 무엇보다, 훨씬 큰 시장
얼마 전 한국 대학 졸업해서 한국 브랜드사의 일본 지사장을 역임하셨던 대표분께 말씀을 들었는데, 한국에서 100억 매출 올리는 난이도라면 심플하게 생각해서 300억 매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실제로 2023년 일본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52.9조원으로 한국(228.9조원)보다 크고,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일본은 3%, 한국은 2.5%를 차지*하고 있어요. 단순 시장 숫자로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반대로 일본이 인구가 2.5배 차이나는 걸 감안하면 아직 일본 시장의 성장 여력이 훨씬 크다는 걸 알 수 있죠.
또한 제가 작년에 일본 내 박람회를 국내 주얼리 브랜드와 함께 참석했었는데, 당시 수십 분의 참석자분과 랜덤 인터뷰를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냥 연령대나 느낌을 랜덤하게 섞어가며 열심히(?) 말을 걸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여쭤봤는데, 정말 신기했던 점은 만 25세 연령대를 기준으로 그 위로는 절대 주얼리나 악세사리를 인터넷으로 사지 않는다, 그 밑은 인터넷으로 충분히 산다라는 양상이 갈렸다는 점이에요.
인터뷰도 갑작스럽게 진행했고, 확인했던 모수도 고작 20~30명 남짓이니 이로서 전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세대별로 소비행태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정말 피부로 와닿게 느꼈던 사례였습니다.
이런 분들이 이제 계속해서 나이를 먹으면서 소비력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이커머스 침투율 등도 계속해서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가 느꼈던 일본 시장입니다.
극복해야 할 점
그러나 일본이 아무리 가까운 나라라고 해도, 엄밀히 외국입니다. 외국에서 외국인이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난관이 있죠. 이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비즈니스를 할 때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떤 요인이 있는지 조금 더 살펴볼까요?
외국인에 배타적인 일본 비즈니스 문화
일본에서 외국인이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특히 B2B가 아닌 B2C, 그것도 일본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D2C 브랜드라면 더욱 그렇죠. 일본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자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외국 브랜드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거든요.
다만 희망적인 건, 최근 일본 정부가 외국인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스타트업 비자 제도를 확대하고 있고,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별로도 외국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특히 이커머스 분야는 일본 정부도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서, 관련 지원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아무리 잘해도 쉽지 않은 외국어 문제
저는 일본어를 꽤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비즈니스를 하려고 보니 언어는 시작에 불과하더라고요. 일본은 특히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라고 하는, 속마음과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다른 문화가 있잖아요? 이런 비언어적 표현이나 맥락을 읽는 능력이 정말 중요한데, 외국인으로서는 이걸 완벽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D2C 브랜드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핵심인데, 일본 기업들은 페르소나를 정해서 마치 실제 담당자와 대화하는 것처럼 친근하게 SNS를 운영하는 ‘나카노히토(中の人)’ 방식을 선호한다고 해요. 단순히 상품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의 인격을 만들어서 고객과 교감하는 거죠. 이런 섬세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일본어 실력을 넘어서 일본 문화와 정서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일본과 일본 시장에 대한 이해도 부족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일본어를 상당히 유창하게 하는 편이고, 오히려 일본에서 10년 이상 살았던 한국 분들보다 일본어를 더 잘한다는 정도로 일본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어요. 그런데 이 언어에 대한 이해도에 비해, 일본 시장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예를 들면, 편의점 결제와 같은 결제문화나 택배를 받을 때 꼭 사람이 받아야 한다는 식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차이는 금방 배울 수 있는데, 진짜 어려운 건 일본인들의 머릿속에 있는 ‘상식’을 이해하는 거더라고요.
얼마 전에 일본 친구가 저에게 파자마를 선물해줬는데, “이 브랜드는 일본인이라면 다 알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일본 친구한테 브랜드 이름도 안 말하고 그냥 “일본에서 유명한 파자마 브랜드가 뭐야?”라고 물어봤더니, 바로 “혹시 젤라토 피케(GELATO PIQUE)?” 하고 정확하게 맞추는 거예요. 와, 진짜 다들 아는구나 싶었죠. 어떤 브랜드가 어떤 연령대에서 인기 있고,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사람들이 어디서 주로 구매하는지… 이런 걸 아직 제대로 캐치하지 못 했으니 시장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는 거죠.
더 어려운 건, 일본 사람들이 제품을 고르는 방식이 한국과는 꽤 다르다는 거예요. 한국은 인플루언서나 SNS 리뷰에 많이 의존하는데, 일본은 여전히 잡지나 TV, 그리고 실제 매장에서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게다가 품질에 대한 요구사항도 정말 높습니다. 예를 들면, 옷에 ‘실밥’이 있다 = 불량이다, 이렇게 인지하는 것이 일본 소비자거든요.
마무리하며
이렇게 적고 보니, 극복해야 할 점들이 참 많네요. 😅 그런데 오히려 이런 도전이 저를 더 설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누군가 다 해본 길을 따라가는 느낌이었다면, 일본에서는 제가 직접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무섭기도 하지만 동시에 짜릿하거든요.
물론 쉽지 않을 거예요. 외국인으로서의 한계도 있고, 문화적 차이도 극복해야 하고, 무엇보다 일본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래서 더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발달된 이커머스 노하우와 일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만나는 지점, 거기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일본 법인 설립부터 브랜드 론칭까지의 여정을 계속해서 공유드릴게요. 실패든 성공이든, 모든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가 될 수 있으니까요. 혹시 일본 시장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나, 이미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같이 의견을 나눠 봐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저도 함께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고 싶거든요. 🤝
“왜 일본이야?”라고 묻는 분들께 이제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이 타이밍이니까요!” 🚀